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TOP 5: 제프 쿤스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TOP 5, 제프 쿤스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19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조용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높이 약 1미터의 스테인리스 스틸 토끼 조각상 하나가 경매대에 올랐습니다.
1986년에 만들어진 이 토끼 조각상의 최종 낙찰가는 9110만 달러, 한화로 약 1082억 원이었습니다.
구매자는 헤지펀드의 거인 스티브 코헨. 이 순간 제프 쿤스의 토끼는 생존 작가 작품 사상 최고가 경매 기록을 세우며 미술 시장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 이토록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이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작가의 삶, 작품 세계의 독창성, 시장에서 형성된 신뢰, 그리고 수십 년에 걸쳐 쌓인 미술사적 위치가 모두 그 숫자 안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매 낙찰가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다섯 명의 작품 세계와 시장에서의 위치를 데이터와 함께 분석합니다.
순위 분석 전 알아두어야 할 개념들
생존 작가란 현재 살아 있는 미술 작가를 말합니다.
미술 시장에서 생존 작가와 작고 작가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피카소나 반 고흐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고정된 공급 안에서 결정됩니다.
반면 생존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고, 그 작가의 선택과 행보가 기존 작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작품이 수백억 원에 팔린다는 것, 그 자체가 미술 시장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단일 작품 최고가와 낙찰 총액의 차이 이 순위를 읽을 때 두 가지 기준을 구분해야 합니다.
단일 작품 최고 낙찰가는 특정 작품 한 점이 경매에서 기록한 가장 높은 가격입니다.
낙찰 총액은 특정 작가의 작품들이 일정 기간 경매에서 거래된 금액의 합산입니다.
단일 최고가에서는 제프 쿤스가 1위이지만, 연간 낙찰 총액 기준에서는 순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단일 작품 최고 낙찰가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리합니다.

1위 — 제프 쿤스 | 키치의 제왕,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 보유자
작가 기본 정보
제프 쿤스는 195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에서 태어났습니다.
현재까지도 생존 작가 단일 작품 최고 경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키치의 왕, 앤디 워홀의 후계자, 미술계의 악동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립니다. 키치란 원래 저속하거나 진부한 취미를 가리키는 독일어에서 온 말입니다.
제프 쿤스는 이 키치의 개념을 미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장난감 같은 풍선 동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이 그의 작품 소재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싸구려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을 수백억 원짜리 예술로 만드는 것이 쿤스의 전략이자 메시지입니다.
핵심 경매 기록
토끼 작품이 2019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9110만 달러, 약 1082억 원에 낙찰되며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1986년에 만들어진 이 스테인리스 스틸 토끼 조각상은 30여 년 만에 20세기 예술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풍선 개 오렌지 작품도 2013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5840만 달러, 약 775억 원에 낙찰되며 당시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플레이도우 작품은 201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281만 달러, 약 267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왜 이렇게 비싼가
제프 쿤스 작품이 천문학적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로 극단적인 제작 방식 때문입니다. 쿤스의 스테인리스 스틸 풍선 조각들은 수십 명의 장인이 수년에 걸쳐 0.001밀리미터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도로 제작됩니다. 제작 비용 자체가 수억 원에 달합니다.
둘째로 미술 시장에서 쌓인 현존하는 가장 비싼 생존 작가라는 브랜드 가치 때문입니다.
셋째로 그의 작품이 제기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취향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 때문입니다. 쿤스는 미술계에서 사랑받는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한 명입니다.
2위 — 데이비드 호크니 | 아이패드로 그리는 88세 거장
작가 기본 정보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났습니다.
2026년 현재 88세로 현역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팝아트 작가로 분류되지만 회화, 판화, 사진, 무대 디자인까지 장르를 가로지르며 60년 넘게 현대미술의 정점을 지키고 있습니다.
호크니는 201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 작품이 9030만 달러, 약 1057억 원에 낙찰되며 당시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이듬해 제프 쿤스의 토끼에 의해 경신되었지만, 호크니는 여전히 생존 작가 단일 최고가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핵심 경매 기록
예술가의 초상 작품은 1972년 제임스 아스터 부부에게 1만 8000달러에 처음 팔렸습니다.
6개월 후 5만 달러에 다른 소유자에게 넘겨졌고, 1983년 할리우드 거물 데이비드 게펜이 구입한 후 1995년 영국 억만장자 조 루이스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2018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9030만 달러에 최종 낙찰되었습니다.
1만 8000달러에서 9030만 달러로, 약 50년 동안 5000배 이상 오른 셈입니다. 퍼
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앤 산타 모니카 작품은 2018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2845만 달러, 약 333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호크니의 작품 세계
호크니는 캘리포니아의 수영장을 그린 수영장 연작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 위에 반짝이는 빛의 표현, 선명한 원색, 느긋한 캘리포니아의 분위기가 그의 화풍을 정의합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스타일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사진 콜라주 기법인 조이너를 개발했고, 말년에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면서 디지털 도구도 예술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가 3개월 만에 누적 관객 25만 명을 돌파하며 호크니 신드롬이 시작된 바 있습니다.
3위 — 쿠사마 야요이 | 점으로 세계를 정복한 93세의 작가
작가 기본
정보 쿠사마 야요이는 1929년 일본 나가노에서 태어났습니다.
2026년 현재 96세로 여전히 도쿄의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작품이 판매된 유일한 작가이며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 낙찰가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16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되었습니다. 강박증과 환각으로 점철된 유년기를 보낸 쿠사마는 자신을 괴롭히는 강박과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시켜왔습니다.
48세부터 도쿄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해 병원에서 매일 출퇴근하며 작업실을 오가는 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년 시절에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라는 그의 말이 작품 세계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핵심 경매 기록
국내에서 쿠사마의 호박 작품은 2021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54억 5000만 원에 낙찰되며 당시 연간 국내 경매 최고가와 작가 국내 경매 최고가를 동시에 경신했습니다. 2022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쿠사마 야요이는 경매사 10곳에서 약 277억 원치가 낙찰되어 작가별 낙찰 총액 1위를 기록했으며 이 기록은 3년 연속으로 이어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4년 710만 달러 낙찰로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 낙찰가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왜 호박인가
쿠사마에게 호박은 단순한 소재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폭력적인 환경에서 정원의 호박이 그녀를 위로했습니다.
그 호박 위에 강박증이 만들어낸 점과 물방울 무늬를 가득 채워 넣는 행위가 쿠사마에게는 치유의 의식입니다.
호박은 친숙하지만 위대한 작품이다, 겸손하고 인간적이다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입니다.
이 개인적인 치유의 이야기가 전 세계 컬렉터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수십억 원의 가격을 만들어냅니다.
4위 — 게르하르트 리히터 | 사진과 추상 사이를 오간 독일의 거장
작가 기본 정보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1932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났습니다.
2026년 현재 93세로 세계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1960년대 이후 세계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다양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포토 페인팅이란 사진 이미지를 캔버스에 옮긴 뒤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법으로 리히터가 개발한 독창적인 방식입니다.
사진인 듯 그림인 듯 경계가 흐릿한 이 작품들은 이미지와 현실, 기억과 재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무런 목표도, 체계도, 경향도, 강령도, 방향도 없는 추상화 연작으로도 유명합니다.
핵심 경매 기록
리히터의 추상화 748-3 작품은 2015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4440만 파운드, 약 770억 원에 낙찰되며 작가 개인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추상화 747-1 작품은 2021년 경매에서 212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또한 그의 추상화 연작은 2018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약 194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리히터는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으로 경매시장에서 21세기 미술계의 스타로 불립니다.
사진처럼 정밀하게 그린 뒤 뭉개는 포토 페인팅과 물감을 스크레이퍼로 끌어당기는 추상화 기법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동시에 추구하는 작가는 리히터 외에 없다는 것이 미술계의 평가입니다.
5위 — 데이미언 허스트 | 죽음을 예술로 만든 영국의 도발자
작가 기본 정보
데이미언 허스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났습니다.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긴 상어 조각품, 나비를 가득 붙인 캔버스, 점으로만 이루어진 스팟 페인팅 연작으로 세계 미술 시장을 뒤흔든 영국 현대 미술의 핵심 인물입니다. 예술이란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철학을 작품으로 구현합니다.
핵심 경매 기록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작품은 해골 전체를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로 뒤덮은 조각으로, 제작 비용만 약 1400만 파운드였으며 2007년 당시 5000만 파운드에 판매되며 생존 작가 작품 중 당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하나님의 어머니 작품은 2007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1920만 달러에 낙찰됐습니다. 2008년 소더비 런던에서 진행한 허스트의 뷰티풀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 독립 경매는 리먼 브라더스 붕괴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1억 1130만 파운드의 낙찰 총액을 기록하며 살아있는 작가의 단독 경매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섯 작가가 공통적으로 가진 것들 다섯 명의 작가를 한데 놓고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첫 번째는 단 하나의 강력한 시각 언어입니다.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스틸 풍선 조각, 호크니의 수영장과 선명한 색채, 쿠사마의 물방울 점, 리히터의 흐릿한 포토 페인팅, 허스트의 포름알데히드 속 생명체. 이름만 들어도 즉각적으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강력하고 일관된 시각 언어를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작품 뒤에 있는 개념과 이야기입니다. 쿠사마의 강박증 치유, 허스트의 죽음에 대한 탐구, 리히터의 기억과 현실의 경계, 호크니의 빛과 공간에 대한 집착이 작품 가격의 본질적 근거입니다.
세 번째는 국제 시장에서의 검증입니다. 다섯 작가 모두 뉴욕, 런던, 파리, 홍콩의 주요 경매와 갤러리에서 수십 년에 걸쳐 가격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단기간의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쌓인 시장의 신뢰가 천문학적 가격의 기반입니다.
가장 비싼 작품보다 중요한 것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미술 시장의 가격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82억 원짜리 토끼 조각도, 1057억 원짜리 수영장 그림도 처음부터 그 가격이었던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에 걸친 일관된 작업, 미술 시장의 전략적 유통, 컬렉터들의 신뢰 축적이 그 숫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초보 컬렉터에게 이 순위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가장 비싼 작품을 살 수는 없지만, 가장 비싼 작가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미술 시장을 보는 눈을 만들어줍니다. 그 눈이 쌓이면, 다음의 쿠사마를, 다음의 호크니를 먼저 발견하는 컬렉터가 됩니다.
가장 비싼 작품들이 반드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프 쿤스의 토끼를 보고 왜 이게 1082억 원이야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쿠사마의 점 그림이 수십억 원에 팔리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격 뒤에는 각자의 삶에서 예술을 찾아낸 이야기가 있습니다. 93세에도 붓을 놓지 않는 리히터, 병원에서 매일 출퇴근하며 점을 찍는 쿠사마, 88세에 아이패드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호크니. 그 이야기들이 가격을 만드는 것이지 가격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미술 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그 이야기를 읽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